2018년 개봉한 허스토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벌인 관부 재판(1992~1998년)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민규동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해 피해자들의 아픔과 투쟁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이 영화는 단순한 피해자의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고, 법정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싸웠던 여성들의 용기와 연대를 조명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메시지를 전한다.
줄거리
영화는 1990년대 일본과 부산을 오가며 여행사를 운영하는 문정숙(김희애 분)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정숙은 사업 확장을 위해 일본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실리적인 인물로,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는 크게 관심이 없던 인물이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피해자들과 가까워지면서, 그녀들의 아픔과 진실을 알게 된다.
위안부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었고, 정숙은 처음에는 망설이지만 점차 그들의 싸움을 돕기로 결심한다. 피해자들 중 가장 강한 의지를 가진 배정길(김해숙 분)은 과거의 상처를 딛고, 법정에서 진실을 증언하기 위해 일본으로 향한다. 하지만 일본 법정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외면하고, 가해자의 반성 없는 태도는 더욱 큰 상처를 남긴다.
재판 과정은 길고 험난했다. 피해자들은 법정에서 일본 측 변호인들의 가혹한 반박과 비난을 견뎌야 했고, 주변의 냉소적인 시선과 조롱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며, 마침내 일본 법정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및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일본 법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첫 번째 사례였으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순간이었다.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
허스토리는 단순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다루는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를 낸 여성들의 이야기이며,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과거를 조명하는 작품이다.
첫째, 역사는 피해자가 직접 기록해야 한다. 영화 속 피해자들은 단순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법정에서 직접 증언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역사로 남긴다. 일본 정부는 그들의 증언을 부정하려 했지만, 이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면서 진실은 왜곡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둘째, 연대의 힘이 역사를 바꾼다. 문정숙은 처음에는 피해자들의 아픔에 관심이 없었지만, 점점 그들의 싸움을 돕게 된다. 피해자들 또한 서로를 위로하며 법정에서의 힘든 싸움을 견뎌낸다. 영화는 한 사람의 용기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며, 결국 모두가 함께 싸우는 과정에서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을 강조한다.
셋째, 역사적 상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영화 속 피해자들은 법적 투쟁을 통해 승소 판결을 받아냈지만, 여전히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영화는 이를 통해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는 현재 진행형임을 상기시키며, 우리가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관람 후 느낀 점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크게 와닿은 것은 기억해야 할 역사의 중요성이었다. 일본군 위안부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에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영화는 그들의 아픔을 가슴 아프게 그려내면서도,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스스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싸운 인물로 조명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법정에서 피해자들이 일본 변호인들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증언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배정길이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며 눈물을 흘리면서도 끝까지 말을 이어가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영화적 장치가 아니라, 실제 역사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증언했던 순간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기에 더욱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배우들의 연기도 영화의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 김희애는 현실적인 사업가에서 피해자들의 든든한 조력자로 변화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고, 김해숙은 배정길 역할을 맡아 강한 내면을 가진 인물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 피해자 역할을 맡은 배우들 또한 각각의 사연을 깊이 있게 연기하며 극의 감정선을 극대화했다.
연출 또한 뛰어났다. 민규동 감독은 법정 드라마 형식을 취하면서도 감정을 과하게 소비하지 않도록 절제된 연출을 보여주었고, 피해자들의 아픔을 자극적으로 그리기보다는 그들의 용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1990년대 부산과 일본의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며, 관객들이 실제 사건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단순한 감동을 넘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여전히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있으며, 근로정신대 피해자들 또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현실이다. 영화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 진실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허스토리는 단순한 피해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한 개인이 역사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며,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될 진실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영화를 본 후,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증언을 다시 찾아보고, 그들의 용기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