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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산어보 (2021) 지식과 신념, 그리고 인간의 가치

by 이모션가이드 2025. 3. 17.

영화 자산어보 포스터
영화 자산어보

2021년 개봉한 자산어보는 조선 시대 학자 정약전이 흑산도로 유배된 후, 섬 주민들과 교류하며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 생물학서인 자산어보를 집필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이준익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 등 탄탄한 배우들이 출연해 묵직한 감동을 전했다. 흑백 화면을 활용한 감각적인 연출과 인간의 신념, 학문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스토리는 관객들에게 단순한 역사극 이상의 울림을 선사했다.

줄거리

영화는 1801년, 정조 사후 천주교 탄압이 심해지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남인 출신 실학자 정약전(설경구 분)은 서학(천주교)을 공부했다는 이유로 유배를 당해 흑산도에 도착한다. 조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그는 이제 외딴 섬에서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유배 생활을 하며 정약전은 바다 생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고, 어부들의 생활을 가까이서 지켜보게 된다. 그는 자신이 가진 학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어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 하지만, 섬사람들에게는 양반에 대한 불신이 깊다. 특히, 젊은 어부 창대(변요한 분)는 정약전을 경계하면서도, 그의 학문적 깊이에 점차 끌리게 된다.

정약전은 창대에게 글을 가르쳐 주는 대가로 바다 생물에 대한 지식을 전수받으며, 자산어보를 집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창대는 과거 신분 사회에서 양반에게 억눌려 살아온 백성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정약전의 가르침에 대해 회의감을 갖는다. 두 사람은 끊임없이 신념과 가치관을 두고 충돌하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며 인간적인 유대를 쌓아간다.

그러나 외부의 압력과 정치적 상황이 다시 한 번 이들을 흔든다. 정약전은 조선 사회의 신분제와 학문의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창대 역시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

자산어보는 단순한 역사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학문의 본질과 인간의 가치, 그리고 신분을 초월한 지식의 공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첫째, 학문은 누구의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다. 영화 속 정약전은 양반이지만, 학문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과 공유하려 한다. 기존의 조선 사회에서는 지식이 권력층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정약전은 자산어보를 통해 어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식을 기록하려 했고, 이는 학문이 특정 계층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둘째, 신분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가치이다. 영화에서 정약전과 창대는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해 나간다. 정약전은 창대를 통해 백성들의 삶과 현실을 배우고, 창대는 정약전을 통해 학문의 의미를 깨닫는다. 이는 신분이나 사회적 지위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 본연의 가치와 신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셋째, 지식은 힘이지만, 동시에 책임이 따른다. 정약전은 자신의 학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조선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싶어 하지만, 그 과정에서 권력층의 탄압을 받는다. 이는 진정한 지식인은 단순히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실천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관람 후 느낀 점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흑백 화면이 전하는 감동과 의미였다. 흑백으로 표현된 화면은 조선 시대의 분위기를 더욱 현실감 있게 살려주었으며, 영화의 주제를 더욱 명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단순한 색감의 제한이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과 메시지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를 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정약전이 창대와 함께 바다를 보며 학문과 삶에 대해 대화하는 순간이었다. 학문은 실생활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정약전의 신념과, 신분 사회에서 억눌려 살아온 창대의 현실적인 고민이 맞부딪히는 이 장면은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영화의 몰입도를 높였다. 설경구는 학자이지만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인간적인 정약전을 완벽하게 연기했고, 변요한은 신분 사회에서 갈등하는 창대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두 배우의 연기 호흡은 영화의 감동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었다.

연출 또한 뛰어났다. 이준익 감독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정약전과 창대의 관계를 중심으로 인간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또한, 조선 시대의 자연과 생활을 아름답게 담아내며, 시대적 배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우리는 단순히 조선 시대의 한 사건을 본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메시지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우리는 지식의 공유와 불평등 문제를 고민해야 하며, 학문이 특정 계층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결국, 자산어보는 단순한 역사극이 아니라, 우리가 배움과 지식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정약전이 남긴 자산어보가 단순한 해양 생물학서가 아니라, 조선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였던 것처럼, 이 영화도 우리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식은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 이 영화를 본 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